[천자 칼럼] 英 찰스 3세 시대

입력 2022-09-12 17:34   수정 2022-09-13 09:04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와 그의 맏아들 찰스 3세의 즉위로 세계인의 관심이 온통 영국으로 모아지고 있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로 이뤄진 영연방 국가가 많게는 56개국에 이르고, 70년 만의 왕위 승계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참에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가 벌써 공화국 전환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영국 왕정의 전통이 한 번도 끊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찰스 1세를 처형시킨 올리버 크롬웰이 1653년부터 5년간 공화정을 이끌었다. 이후 곧바로 왕정이 복고됐지만, 왕권의 지속적인 의회 이양을 통해 영국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왕은 명목상 국가원수이자 군 총사령관, 행정부 및 사법부 수장이고, 다수당 대표에 대한 총리 임명권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내각의 권고에 따른다.

왕가의 서열은 왕위계승법에 따라 의회가 정한다. 2011년 이후 출생한 사람은 성별과 관계없이 출생순서로 서열을 매긴다. 찰스 3세의 지난 10일 즉위로 다음 서열은 맏아들인 윌리엄 왕세자, 조지 왕세손(윌리엄 왕세자의 장남), 샬럿 공주, 루이 왕자(차남), 해리 왕자 순이다. 왕실은 195억달러(약 27조원) 규모 왕실 자산의 운용수익 중 일부를 왕실교부금 명목으로 받아 운영된다.

올해로 74세인 찰스 3세는 왕세자가 된 지 64년 만에 왕위에 올랐다. 왕위 승계가 늦어지면서 바로 윌리엄 왕세손으로 왕위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 신망이 높지 않았다. 오랜 연인 관계였던 커밀라 파커 볼스(현 왕비)와의 불륜, 다이애나빈과의 결별 등 스캔들이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검소하고 활력 넘치는 군주,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 등 찰스 3세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엘리자베스 2세 인물화 등이 쓰이던 영국 파운드화 도안 등이 찰스 3세 것으로 바뀌면 친밀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영국 국장(國葬)은 오는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엄수된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이후 몇개월 뒤에나 열릴 전망이다. 새로운 찰스 3세 시대가 하락하는 영국민의 군주제 지지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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